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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감정,정신 건강

감정과 기억의 관계: 편도체와 해마 이야기

by 꼬미야~ 2025. 6. 19.

왜 우리는 어떤 기억은 생생하게 떠올리면서도, 어떤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을까요? 특히 감정이 강하게 실린 장면일수록 더 또렷하게 남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날의 냄새, 목소리, 심지어 햇살의 온기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순간들 말이죠. 이처럼 감정과 기억은 단순히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 깊은 곳에서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는 관계입니다. 그 중심에는 ‘편도체’와 ‘해마’라는 두 뇌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과 기억이 뇌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특히 편도체와 해마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거나 갈등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감정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쉽고 개성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감정을 기억하는 뇌의 비밀, 지금부터 함께 파헤쳐보시죠.

 

목차

 

1. 감정을 감지하는 편도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먼저, 뇌의 두 주인공을 간단히 소개드려야겠지요. **편도체(Amygdala)**는 뇌의 측두엽 안쪽에 자리 잡은 작은 아몬드 모양의 구조로, 공포, 불안, 분노,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생존에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 즉 위험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반면 **해마(Hippocampus)**는 기억을 저장하고 정리하는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사건의 맥락, 시간, 장소 등을 구성해 하나의 완성된 기억으로 만드는 책임을 집니다. 쉽게 말해, 편도체가 감정을 감지하면, 해마는 그 감정과 함께 ‘기억의 기록’을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심하게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편도체는 그 상황에서 격렬한 분노와 수치를 느끼고, 동시에 해마는 그 장면을 또렷하게 저장합니다. 이 두 뇌 구조는 이렇게 협업하면서 감정이 실린 기억을 매우 강력하게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감정은 기억을 더 오래, 더 선명하게 남기도록 뇌를 자극하는 일종의 증폭 장치 역할을 합니다.

 

2. 감정이 강할수록 기억이 강해지는 이유

우리는 평소에도 감정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첫사랑,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 큰 사고를 당했던 날. 이처럼 특정 순간이 유난히 선명한 이유는 바로 편도체의 활성화가 극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편도체는 위험이나 위협을 감지하면 곧바로 신체에 ‘비상 명령’을 내리고, 동시에 해마에게 이 장면을 ‘중요한 기억’으로 분류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해마의 활동을 촉진해, 기억이 더 강력하게 저장되도록 돕습니다.

이 메커니즘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리한 방식이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잘 기억해 두면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뇌는 감정적 강도가 높을수록 그 기억을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정보’로 간주하고 특별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너무 강한 경우,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상황에서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해마는 오히려 기능을 억제당합니다. 이로 인해 그 기억은 정확히 저장되기보다는 조각나거나 왜곡된 채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며, 당사자는 현재의 자극에도 과거의 감정을 다시 체험하게 됩니다.

 

감정과 기억의 관계: 편도체와 해마 이야기
감정과 기억의 관계: 편도체와 해마 이야기

 

3. 편도체와 해마의 불균형이 만드는 심리적 후유증

감정과 기억의 협업은 강력한 기억을 남기지만, 때로는 그 조합이 오히려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편도체와 해마가 균형 있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감정이 실린 사건도 잘 소화하고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구조의 균형이 무너지면, 감정과 기억은 서로를 억누르거나 과도하게 자극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민감한 편도체는 사소한 자극에도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게 하고, 해마는 그 자극과 연결된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며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실제 위험은 없는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 기억이 되살아나며, 몸은 다시 그때처럼 반응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는 "나는 이유 없이 불안해"라고 느끼지만, 사실 뇌는 과거의 감정을 현재처럼 처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해마가 손상되거나 위축될 경우, 감정은 강하게 느끼지만 그 감정을 구체적인 기억과 연결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은 정체 모를 불안이나 분노를 반복해서 느끼며,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에서 감정과 기억을 분리해서 다루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 핵심이 됩니다. ‘감정을 기억 속에 안전하게 위치시키는 일’—이것이 곧 내면 회복의 시작인 셈입니다.

 

 

4. 감정을 기억하는 뇌를 위한 건강한 습관

그렇다면 감정과 기억의 건강한 균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중요한 것은 자기감정을 의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연습입니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편도체는 그 감정을 계속 신호로 보내고, 해마는 무의식 속에 계속 그 기억을 저장해 둡니다. 그러나 우리가 글쓰기, 대화, 미술, 음악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해마는 그 감정을 ‘이해 가능한 이야기’로 다시 구성하게 됩니다.

또한 명상이나 심호흡, 충분한 수면은 편도체의 과도한 활동을 줄이고, 해마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규칙적인 명상은 뇌 영상 촬영을 통해 편도체의 크기를 줄이고, 해마의 활성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뇌는 반복적인 안정 자극을 통해 스스로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탓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감정이 실린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 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당신을 보호하려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편도체는 비로소 경계를 풀고,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쌓을 준비를 합니다.

감정과 기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뇌의 커플입니다. 우리가 그 관계를 이해하고 조율해 나갈 수 있다면, 감정은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 폭풍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감정은 기억을 더 깊고 생생하게 새기며, 기억은 감정을 되살리는 매개가 됩니다. 이 둘의 상호작용 중심에는 편도체와 해마라는 뇌의 두 중심 구조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왜 어떤 감정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특정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해하려면 이 두 구조의 역할을 아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감정을 기록하고 기억을 다시 쓰는 연습을 통해 우리는 뇌의 회로를 바꿔갈 수 있습니다. 결국 감정과 기억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 회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단서입니다.